평당 200만 원이라는 통설은 왜 위험한가
15건의 아파트 인테리어 견적서를 같은 기준 위에 정렬하면, 평당가는 합리적 기준점이 아니라 착시에 가깝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격차의 본질은 시공사의 욕심이 아니라 설계 의도의 차이다.
15건의 아파트 인테리어 견적서를 같은 기준 위에 정렬하면, 평당가는 합리적 기준점이 아니라 착시에 가깝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격차의 본질은 시공사의 욕심이 아니라 설계 의도의 차이다.
인테리어 견적을 처음 받아 본 의뢰인은 대개 한 가지 숫자에 매달린다. 평당가. 평형으로 나눈 단순한 평균값이지만, "평당 200만 원이면 적당하다"는 말은 시장에서 거의 격언처럼 통용된다. 그러나 15건의 실제 견적서를 동일한 기준으로 정렬해 보면, 이 격언은 의사결정을 돕기보다 흐린다.
우리가 확보한 견적서의 평당가는 최저 175만 원에서 최고 402만 원까지 분포했다. 격차는 130%. 더 흥미로운 사실은 평형이 클수록 평당가가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높아졌다는 점이다 (상관계수 +0.83).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는 시장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같은 단지·같은 평형에서 32% 격차가 난 임광보성 26평 사례를 분해하면 답이 보인다. 두 견적서의 차이는 거의 전부 창호공사(+9,047,000원)와 기타공사(+8,749,000원)에서 발생했다. 비싼 쪽은 모든 방의 이중창을 교체하고 시스템에어컨 3대와 전체 방통공사를 포함했고, 저렴한 쪽은 일부 단창만 손보며 시스템에어컨을 아예 빼놓았다.
요컨대 격차는 마진이 아니라 ① 공사 범위 ② 자재 등급 ③ 인건비·마진 정책의 곱이다. 세 변수 중 하나만 달라져도 같은 평형에서 천만 원 단위의 차이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견적서에서 시공사명을 가려도, 자재 목록만으로 어느 시공사인지 식별할 수 있었다. 한 시공사는 단지가 바뀌어도 DID 디아망 벽지 · 구정 마블러스 마루 · 아메리칸 스탠다드 위생도기라는 조합을 반복했고, 다른 시공사는 KCC HW ONE V 창호 · 트랜드 수전 · 도무스 손잡이로 일관됐다. 자재 시그니처가 안정적이라는 것은, 견적서를 읽을 때 "이 가격이 어떤 등급을 의미하는가"를 역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장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변수는 M/D(작업일) 단가다. 도배 인건비는 25만 원에서 33만 원, 목공은 27만 원에서 40만 원까지 벌어졌다. 같은 공사라도 시공사 등급에 따라 48% 차이가 난다. 식대조차 8,000원에서 15,000원으로 견적사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결의 권고는 단순하다. 평당가라는 한 숫자에 멈추지 말 것. 공사 범위를 먼저 확정하고, 자재의 브랜드·모델명을 확인하고, 인건비 단가와 합계 영역의 마진 구조(관리비율·이윤·산재고용 별도 여부)를 나란히 놓고 본 다음, 반드시 같은 단지의 다른 견적과 교차 비교할 것. 20~33%의 격차는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이다.
본 리포트는 공개 견적서 15건을 단가×수량 검산과 평형·부가세 보정을 거쳐 작성했다. 추정값은 사용하지 않으며, 원본과 불일치하는 항목은 분석에서 제외했다.